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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는 봄파

[서평] 하얼빈을 읽으며 함께한 안중근 의사의 빛나는 청춘과 고뇌

by 봄파 2023.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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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3년 계묘년의 첫 포스팅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을 한 끝에 저의 다짐을 이끌어 줄 수 있는 '하얼빈'의 서평으로 결정하였습니다.

 

 
하얼빈(양장본 Hardcover)
‘우리 시대 최고의 문장가’ ‘작가들의 작가’로 일컬어지는 소설가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하얼빈』이 출간되었다. 『하얼빈』은 김훈이 작가로 활동하는 내내 인생 과업으로 삼아왔던 특별한 작품이다. 작가는 청년 시절부터 안중근의 짧고 강렬했던 생애를 소설로 쓰려는 구상을 품고 있었고, 안중근의 움직임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글로 감당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인간 안중근’을 깊이 이해해나갔다. 그리고 2022년 여름, 치열하고 절박한 집필 끝에 드디어 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하얼빈』에서는 단순하게 요약되기 쉬운 실존 인물의 삶을 역사적 기록보다도 철저한 상상으로 탄탄하게 재구성하는 김훈의 글쓰기 방식이 빛을 발한다. 이러한 서사는 자연스럽게 김훈의 대표작 『칼의 노래』를 떠올리게 하는데, 『칼의 노래』가 명장으로서 이룩한 업적에 가려졌던 이순신의 요동하는 내면을 묘사했다면 『하얼빈』은 안중근에게 드리워져 있던 영웅의 그늘을 걷어내고 그의 가장 뜨겁고 혼란스러웠을 시간을 현재에 되살려놓는다. 난세를 헤쳐가야 하는 운명을 마주한 미약한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는 김훈의 시선은 『하얼빈』에서 더욱 깊이 있고 오묘한 장면들을 직조해낸다. 소설 안에서 이토 히로부미로 상징되는 제국주의의 물결과 안중근으로 상징되는 청년기의 순수한 열정이 부딪치고, 살인이라는 중죄에 임하는 한 인간의 대의와 윤리가 부딪치며, 안중근이 천주교인으로서 지닌 신앙심과 속세의 인간으로서 지닌 증오심이 부딪친다. 이토록 다양한 층위에서 벌어지는 복합적인 갈등을 날렵하게 다뤄내며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시야의 차원을 높이는 이 작품은 김훈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소개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저자
김훈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2.08.03

 

 

 

'칼의 노래'로 이순신 장군님 한 개인이 절망적인 현실을 들이받는 고뇌를 써 내려갔던 김훈 작가님이 이번에는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다룬 '하얼빈'이라는 책이 출판되었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이 책을 읽어볼까?'라는 흥미가 아닌 '이 책은 읽어야만 한다'라는 의무감으로 읽어나갔습니다.


왜 책 제목이 '하얼빈'일까?

하얼빈은 31살 홀현단신의 몸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함으로써 젊은 삶을 불태웠던 장소입니다. 김훈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 안중근이 이토를 죽여야 했던 대의나 정당성을 논하면서 영웅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 너무나도 안타까운 시대에 살았던 젊은 청춘의 고뇌와 폭발하는 에너지를 분출했던 최종 목적지'하얼빈'이었기 때문에 책 제목을 그리 정하시지 않았을까 생각하였습니다.


'하얼빈'을 읽고 나서

이 책은 사실 쉽게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책의 전반부에는 안중근, 이토히로부미, 천주교의 시각에서 목적지인 하얼빈까지 향하는 여정을 담백하게 써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흥미롭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안중근이 목적지인 하얼빈에 도착을 하고 이토히로부미를 암살을 하기까지 안중근 의사 개인의 심리 묘사에 몰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체포되고 검찰과 법정에서 심문을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살아지는 서사는 담백하게 전달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들었던 의문은 안중근 의사를 생각보다 영웅화시키려는 모습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토히로부미 역시 죽어 마땅한 극악무도한 인물로 묘사되지도 않았지요. 문명개화와 약육강식의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안중근 개인의 심리에 집중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점이 김훈 작가님의 스타일이죠. 소설 속 인물을 시대상에 휩쓸리는 사람이 아닌, 그런 행동을 해야 했던 내면에 집중하면서 바로 곁에서 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독자에게 전달해 줍니다.


이 책의 후기에는 안중근 의사의 거사 이후에 그의 가족이 겪어야 했던 시련과 굴욕에 대해 역사적 사실 그대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대부분의 독자라면 잘 몰랐던 사실일 것 같아요. 제가 그의 가족이었다면 과연 어떤 일을 하였으며 그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생각에 빠졌던 시간이었습니다.

 

 

안중근을 그의 시대 안에 가두어놓을 수는 없다. '무직'이며 '포수'인 안중근은 약육강식 하는 인간세의 운명을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고 있다. 안중근은 말하고 또 말한다. 안중근의 총은 그의 말과 다르지 않다.
- 작가의 말 307쪽-

 


이 책은 위의 말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안중근 의사님이 이 시대를 바라본다면 어떤 말씀을 할까요? 이데올로기에 의해 남북으로 나뉘고, 역사왜곡으로 동북공정을 일으키는 강대국 중국과 세계 평화를 자처하지만 대부분의 전쟁에 관련이 있는 동맹국 미국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그의 대의였던 '동양 평화'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실지 의문을 가지며 이번 포스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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